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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03 OOXML vs. ODF 논쟁에 부처 -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OOXML vs. ODF 논쟁에 부처 -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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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표준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OOXML에 대한 반대 서명운동은 오버라고 생각됩니다.
 
아니 좀더 심하게 이야기한다면 무지하게 순진한 행동이라고도 생각됩니다. 정말로 냉정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단지 Anti-MS라는 감상적이고 즉흥적인 관점이 아니라, 한국의 이익이 무엇인지를 따지고 고민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일 것이라는 것이죠.

표준화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표현중에 "표준화는 정치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그 어떤 표준화도 결국 정치력이 80%를 차지하고, 기술적 우월성이 20%를 차지한다는 말이죠. 특히 최근에 와서는 이런 경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습니다.

왜 한국의 DMB가 WiBro가 세계 표준으로 인정 받는데 어려움이 있을까요 ? 그것은 바로 기술적인 우월성이 아니라 정치적 협상력의 차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DMB 기술이 아무리 우수하고 뛰어나도, 결국 한국의 DMB 기술로 도배가 되질 않길 원하는 많은 유럽과 아시아 국가 들이 있기 때문에 표준화가 용이치 않은 것이죠.

표준화에서 절대적 우월성과 절대적 선이란 없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말 냉정하게 말한다면 경제력과 표준화에 미치는 정치적 영향력, 그리고 협상력이 결과적으로 우월성이 되고 선이 되는 것이죠.

OOXML과 ODF 논쟁도 분명 이런 연장선에 있습니다.

단순하게 본다면, 이 논쟁은 단지 Microsoft와 IBM의 대리전 양상 정도로 가볍게 치부할 수 있는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ISO 표준이라는 것이 강제성이 띄고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특별하게 어떤 것을 지지해야 한다는 것도 다분히 선동적인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특히 공식적인 표준화 절차에 있는(Fast Track도 여러 표준화 절차 중 하나입니다) 어떤 대상에 대해,  돈으로 매수하고, 날치기를 하고 있다는 식의 표현으로 불법과 탈법을 쓰고 있는 것처럼 묘사하는 것은, 그 처음 의도가 어떠했건 정말 다분히 악의적이고 선동적이라고 생각됩니다.

많은 표준화의 과정에서 이런 대립각들이 발생하게 되는데, 따지고 보면 이런 대립되고 상충되는 측면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표준과 기술은 발전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베타 포맷와 VHS 표준 전쟁도 그랬고, 최근에는 HD-DVD와 블루레이 표준 전쟁도 비슷하죠.

만약 표준화가 배타적인 단일 표준화를 다루지 않는 분야라면,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의 논쟁은 의미없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모두를 선택해도 상관없는 이야기이니까 말이죠. 이번에 진행되고 있는 OOXML과 ODF 표준의 경우와 같이 ISO 표준화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ISO는 솔직히 주로 코드 관련 표준을 다루는 곳으로 특히 중복 표준이 많은 곳입니다.  예를 들면 A는 A분야에서 쓰고, B는 B분야에서 쓰는 것이라는 식으로 중복성을 인정하듯이 말이죠.

이런 상황에서 ODF는 사실표준화 단체인 OASIS의 ODF 표준안을 국제표준화기구인 ISO JTC1의 SC34로 상정하여 ISO/IEC 26300 (오피스 응용을 위한 ODF)으로 표준화 된 것이고, OOXML은 ISO/IEC DIS 29500으로 제안하여 문서교환표준으로 제안하고 있는 것인데, 곰곰히 따지고 보면 두개, 아니 그 이상의 표준이 존재할 수도 있는 내용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말해, ISO/IEC 26300 표준안으로 어떤 것을 채택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각각을 ISO/IEC 26300, ISO/IEC 29500과 같이 표준안으로 채택하자는 것이니까 말이죠.

이런 상황에서 ODF only를 외치고 떠들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이 좀더 우리에게 이득이 될지를 따지는 것이 필요했다고 봅니다. 현실적이고 국가적 이득을 따지는 차원으로 본다면 단순히 반대가 아니라, 차라리 국내 OOXML 개발과 관련된 지원을 약속 받는 조건으로 voting을 하라고 요구하는 식이 훨씬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오늘이면 결과가 나올텐데, 앞으로도 이런 비슷한 표준화에 대해서는 좀더 냉정하고 현실적인 요구들을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불행하게도 표준화는 정치니까 말이죠. 표준화 뿐 아니라 많은 국제 활동도 마찬가지지만...

뱀다리로 몇가지 오해가 있는 부분들에 사족을 달아보면, 흡사 단일 표준화가 되거나, OOXML의 승인이 M$의 세상이 되는 것처럼 오해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국내에서 둘중 하나만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이고, 둘다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이고, 아니면 둘다 쓰지 않아도 무방한 것입니다. 강제력을 갖는 표준이 아니기 때문이죠.

다음으로  MS의 특허권이 포함된 표준안이라 문제가 있다고 했는데, 이 또한 IPR을 인정하는 대부분의 표준안과 마찬가지로 처리를 하면 되는 부분입니다. 대부분의 IPR을 인정하는 표준안에서는 IPR에 대한 고지 부분이 있으므로, IPR 침해 요소가 있다면 그 부분을 구현하지 않거나, 아니면 별도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IPR을 활용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되면 그렇게 하면 되는 것입니다. 만약 IPR이 특별하게 MPEG 알고리즘과 같이 꼭 필요한 최적의 내용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회피할 수 있는 방법들도 많이 있구 말이죠.

표준화에 대해 일희일비하며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결코 안됩니다. 지금 당장 표준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사장되는 표준들도 있고, 사용되지도 않는 많은 표준들도 있으며, 오늘 채택된 표준에 대해서 그 사유가 명확하다면 언제라도 변경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 표준화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여러 player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고 발전시키느냐에 있습니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기 때문이죠. 그리고 오늘 한국이 투표한 반대표 한표가, 언젠가 한국에게 중요한 투표에 대한  반대표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OOXML, ISO 표준 통과 반대 서명 (@차니) - ODF
OOXML 문제는 오픈 진영의 한계인가? (@RUKXER)
OpenXML이 ISO 문서표준으로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웃으며 사는 세상)
OOXML vs ODF를 읽는 법 (@김국현) - OOXML
OpenXML VS ODF 문서 표준화 어떻게 볼 것인가? (@박재현) - OOX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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